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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2 11:00
이경훈 화학공학부 졸업 동문 3번째 도전 끝에
제8회 변호사시험에 당당히 합격
2011년 동서대 졸업 후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진학
83명 중 5등 성적 내자 대학원장이 직접 불러 격려하기도
이경훈 변호사
“동서대는 장학금·미국 유학 등 많은 혜택 베풀어준 대학이다.
이제 받은 은혜 갚아나갈 차례”
후배들에게 “무슨 일이든 지레짐작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봐라” 조언
친애하는 후배님들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2005학년도에 에너지생명공학부(현 화학공학부)에 입학하여 2011학년도에 졸업한 이경훈이라고 합니다.
1. 대학 시절
가. 학업 관련 사항 고등학교 시절 과학에 많은 흥미를 느꼈었고 ‘신흥명문대’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동서대학교 에너지생명공학부에 입학하였습니다. 장학금 지급조건달성 및 학점관리라는 목표도 없지 않았으나, 좀 더 궁극적으로 대학 시절 자신의 ‘성실함’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은 학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학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고, 결과적으로 한 과목(A)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A+를 받아 4.49라는 학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전체수석입학/졸업).
“좋은 학점은 이렇게 해야 좀 더 효율적으로 쉽게 딸 수 있다”와 같은 실용적인 말을 해드리지는 못하지만, 학점에 있어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집중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방법밖에 없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 미국 SAP 참여 수학 및 과학과 달리, 난독증이 있는 저에게 언어는 중학교 시절부터 무척 어려운 과목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외국어인 영어는 저에게 더욱 큰 시련이었습니다.
그러나 세계화란 추세 속에서 영어를 포기할 수는 없었고 조금이라도 극복하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2008년 2학기, 미국 SAP 4기로 참여/도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호프국제대학교로 떠나기 전, 여름방학 기간을 활용하여 조금이라도 더 영어 공부를 해서 가고 싶었기에, 2개월간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영어만 듣고 영어만 읽었습니다. 그리하여 조금은 나아진 영어 실력으로 출국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 도착한 후 처음에는 같이 간 학생들과 큰 친분을 쌓지 않고 지냈었습니다. 최대한 영어로만 생각하고 듣고 말하려고 간 것인데, 친하게 지내게 되면 한국어를 쓰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잘못된 생각이었단 것을 다행스럽게도 많은 시간이 흐르기 전에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도착한 지 일주일 정도 되는 날, 같이 갔던 학생 중 일부가 시내로 나갔다가 길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당시 인솔자였던 국제교류센터의 최홍성 선생님을 중심으로 모두가 하나가 되어 그들을 찾기 위해 애썼고 그리하여 다행스럽게도 아무 탈 없이 그들과 합류할 수 있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이 에피소드를 계기로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그 후 우리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다 같이 힘을 합해 극복해 갔습니다.
한편, 그렇게 지냈던 것은 오히려 저의 영어 실력향상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었습니다. 책상에만 앉아서 하는 죽은 공부가 아닌, 친구들과 곳곳을 돌아다니며 살아있는 공부를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러 힘든 일들도 겪어가는 과정에서 평생을 함께할 친구들을 저는 그곳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 봉사활동 미국을 다녀온 후, 더불어 사는 것의 중요함을 더욱 깨닫게 된 저는 보훈병원 및 사상구복지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였는데, 특히, 사상구복지센터에서 했던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유치부 및 초·중·고등부 학생들을 위한 학업 보조’ 봉사활동은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교육, 식사 등 많은 이들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누리는 것들이,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몸소 실감하게 됨으로써 ‘권리와 평등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었기 때문입니다.
라. 진로 선택의 기로
입학 당시에는 졸업 후 독일 베를린 공대로 석/박사과정을 밟고자 계획했었지만, 봉사활동 이래로 법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던 저로서는 졸업에 즈음하여 진로 선택에 있어서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고 그곳으로의 진학도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입니다. 많은 고민 끝에 더 큰 도전을 해보기로 하였고, 그렇게 로스쿨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로스쿨 입시는 기본적으로 정량(시험 등의 성적)평가와 정성(면접)평가로 구분되는데, 정량평가는 다시 법학적성시험(LEET), 대학성적, 공인영어성적으로 나뉩니다.
영어는 미국 SAP를 다녀온 이래로 꾸준히 더 공부하여 토익 900을 만들어 놓았고, 학점도 관리하였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문제는 법학적성시험이었습니다. 이 시험은 언어이해, 추리논증, 논술 등 세 과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난독증이 있는 저에게 언어이해는 큰 난관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제가 선택했던 방법은 많은 글을 읽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철학, 사회, 법학, 경제, 미술, 음악, 영화, 과학. 시사 등 여러 분야에서 각 저명한 저서들을 여러 권 정독하기로 하여 독한 마음을 먹고 절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여러 권의 책을 읽으니, 글을 읽고 이해하는데 있어서 나름의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고, 기출 문제도 여러 번 풀어보면서 수험 준비를 한 결과 2013학년도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2. 대학원 시절
가. 출신 대학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그리고 극복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던 당시, 로스쿨 입시학원이었던 모 학원 사이트에서 ‘모의 지원’이라는 시스템을 제공하였었는데, 모의 지원 결과 동아대 1등, 서울의 한 명문대학 2등이란 예측이 나와 이를 바탕으로 그 두 곳을 지원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예측과 달리, 서울 소재 학교에는 합격하지 못하였음을 전달받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출신 대학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결코 무시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된 것은 동아대 로스쿨에 입학하고 나서이지만, 여하튼 그러한 문제는 그러한 문제인 것이고, 중요한 것은 다시 열심히 뛰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동아대 로스쿨을 3등으로 입학한 이래로는 새롭게 각오를 다져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담으로, 학벌의 불이익을 극복하기 위해선 소위 명문대생보다 더 높은 영어성적과 법학적성시험 점수가 있으면 됩니다.)
한편, 입학 성적이 3등이었기는 하나, 이 수치는 법학 실력과는 별개의 것이고, 합격자의 70~80%가 서·연·고를 비롯한 명문대생 인데다 당시 시행 중이던 사법시험 1차 합격 경험을 가진 소위 법학 고수들이 즐비한 상태였기에, 로스쿨에서 ‘그들과 과연 경쟁할 수 있을지’ 당시 많은 걱정을 하였습니다.
한편으로는 “나도 그들과 경쟁할 수 있다”라는 오기가 생겼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공부했었습니다. 그리고 1학년 1학기에서 83명 중 5등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 깜짝 놀랐고, 원장님께서는 따로 부르셔서 몸 둘 바 모를 정도의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과욕이 생겼고, 페이스를 조절 못 해 건강 문제로 1년을 휴학하게 되었습니다. 복학한 뒤 페이스 조절을 적당히 하여 A-의 성적으로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나. 3번의 도전, 그리고 합격(변호사 시험) 로스쿨 학위를 취득(취득 예정자 포함)하면 변호사 시험을 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이 시험은 5일간 치는데 아래와 같은 일정입니다.
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5일간 하루 내내 치는 시험이기 때문에 공부도 공부지만 체력과 정신력도 정말 중요한 시험이었습니다(시험이 끝난 저녁에는 쉬지 못하고 공부를 해야만 하고, 중간의 휴식일은, 실질적으로 민사법이 워낙 광범위하여 정리할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기에 실제로는 휴식을 취할 수 없습니다).
조금은 만만하게 봤던 첫 시험에서 쓴 잔을 들이켰던 저는 그다음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쉽게 일어서지 못해 두 번째 실패를 맛보았습니다.
그러나 작년인 2018년에는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각오로 준비를 하였고, 지난주 금요일인 2019년 4월 26일 저녁, 제8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3. 맺음말
대학 생활 내내 많은 장학금을 받았고 SAP를 통해서 미국에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동서대학교는 저에게 많은 은혜와 혜택을 주었습니다.
비록 책으로 시선을 고정하기 위해 숙이고만 있어야 했던 고개였지만 이제는 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변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학교로부터 받았던 은혜, 이제는 갚아나갈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방법 중 지금 당장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먼저 제 이야기를 후배님들께 들려드려, 무슨 일이든 지레짐작 포기하고 도전하지 못할 바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학교에 은혜를 갚는 방법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곧 학교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시일 내로, 학교 관련 부서와 논의하여 여러분들과 좀 더 상세한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그 전에 로스쿨이나 그 외 별개의 사항이라 하더라도 궁금한 것이 있으신 후배님들께서는 메일(korlee6@hanmail.net) 주시길 바랍니다. 확인 후 답장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서대학교 졸업생, 변호사 이경훈 드림 |